공사비 뛰자 재개발·재건축 멈춰
서울 강서구 ‘방화 6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아파트와 빌라 등 노후 주택 지역에 577가구 규모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하지만 지금 높은 철제 펜스로 둘러싸인 현장은 건설 자재나 차량 하나 없이 텅 비어 있다. 1년 6개월 전에 이미 이주를 마쳤고, 작년 4월에는 철거까지 완료됐지만 여전히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이 늦어지는 이유는 급등한 공사비 때문. 조합은 2020년 시공사와 3.3㎡(1평)당 471만원에 공사를 하기로 계약했지만, 이후 금리와 자재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공사비 증액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조합과 시공사는 진통 끝에 작년 10월 3.3㎡당 727만원에 공사를 진행하기로 합의를 봤으나, 이번엔 3년 새 55%나 상승한 공사비에 일부 조합원이 반발해 소송을 내면서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
공사비 급등 여파로 도심 주택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하는 민간 재개발·재건축 사업들도 줄줄이 막히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바람에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2020년 하반기부터 아파트 값이 급등했다. 현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서 지난해 초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는 등 규제를 대폭 풀었다. 그러나 이번엔 공사 비용이 크게 올라 건설사들이 “집을 지어도 남는 게 없다”며 착공을 미루고 신규 수주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을 포함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착공 실적은 전년의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재개발·재건축 사업 지연은 해당 입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보통 아파트 건설에 2~3년 정도 걸린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기간 도심 주택 공급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아파트 착공 물량이 계속 감소하면, 몇 년 후 부동산 가격 급등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래픽=양인성◇공사비 급등에 사업장 곳곳서 파열음
공사비가 급등하자, 공사비 상승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시공사와 조합, 그리고 조합원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잠실래미안아이파크(2678가구) 현장도 공사비 문제로 작년 4분기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지난달 조합은 총회를 열어 공사비를 3.3㎡당 660만원에서 889만원으로 35% 인상하는 안건을 올렸지만 조합원 과반수 반대로 부결됐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996가구) 재건축 조합은 작년 11월 “높은 공사비 때문에 추가 분담금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시공사 선정을 취소했다. 시공사는 3.3㎡당 650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는데, 이렇게 되면 가구당 평균 약 5억원(전용면적 84㎡)을 분담금으로 내야 한다. 시공사가 계약 취소에 반발해 조합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재건축 일정 지연은 불가피해졌다.
17일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해 2주가 넘도록 공사가 전면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 입구에 '공사 중단' 안내문이 걸려 있고, 타워크레인 등 건설 기계도 멈춰 섰다. 최근 공사비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는 재건축·재개발 현장이 급증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2451가구 규모 대형 재개발 사업지인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조합이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못해 지난 2일부터 현장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공사비를 3.3㎡당 431만원에서 517만원으로 증액하는 과정에서 조합 집행부가 해임되고 내분이 이어지면서 일반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작년 아파트 착공 ‘반 토막’… 집값 불안
공사비 급등의 원인은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공급망 붕괴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금리가 기름을 부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서울 지역 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는 3.3㎡당 673만원으로 2년 전(528만7000원)에 비해 27.3% 뛰었다. 전국 재개발·재건축 평균 공사비도 같은 기간 3.3㎡당 480만3000원에서 606만5000원으로 26.3%(126만2000원) 상승했다.
공사비 때문에 도심 주택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아파트 착공 실적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전국 아파트 착공 실적은 13만3585가구로, 전년(27만8566가구)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주택 수요가 가장 큰 서울은 작년 1~11월 아파트 착공 실적이 1만5520가구에 그쳐, 전년 동기 대비 64%나 감소했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주택 착공은 주택 공급의 선행 지표로, 실제 입주가 이뤄지는 2~3년 뒤엔 공급 물량 부족에 따라 집값이 급등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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